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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anshin Kim

Elfriede Jelinek

최종 수정일: 2019년 11월 19일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내려 미리 봐둔 구글 지도를 좆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니 재래시장이 나왔다. 아직 공연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도넛을 한 봉지 사서 입에 넣으며 시장을 나오는데, 마침 좁은 골목길 너머 해 질 녘 하늘 위 그림 같은 구름에 정신이 팔려 잠시 길을 잃었다. 알록달록한 '꿈나무극장'이라는 간판이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건물 앞에 마침내 도착했다.


연극은 주인공 배우가 지하철 출구에서 나와 극장을 찾아가는 영상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방금 지나온 동선을 거의 똑같이 카메라가 좇고 있다. 극장에 다다른 배우가 로비를 지나 극장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영상은 실제 배우로 교체된다.


일반적인 연극적 서사의 표현방식을 거부하는 난해한 엘리네크 작품에 대한 부담감으로 지레 겁을 먹고 왔는데, 연극은 시작부터 예상 밖으로 재미있었다. 물론 각색의 과정을 거쳐서 재창작된 작품이라는 설명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지만, 비재현적 희곡의 무대화를 위한 연출적 표현의 가능성 역시 엘리네크는 열어두었으니까..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재창작된 공연에서도 불분명한 화자가 내뱉는 다성적 텍스트의 파편들은 우리 시대의 이슈들을 콜라주 한다. 외모지상주의와 그에 편승한 상업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우리나라(조국)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식의 언어유희는 웃음까지 안겨주었다^^


후반부에 등장한 악기 연주와 또 다른 화자의 개입으로 극은 더 고조되었고,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극장을 나서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간다. 이때 흐르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익숙한 곡 이지만, 여지껏 들어왔던 것 하고는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김정섭 교수님을 통해서 피상적이던 엘리네크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관심을 갖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고, 최교수님을 비롯해 작품에 참여한 여러 재학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천안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페터 슈라이어가 부르는 겨울나그네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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